
로에베(LOEWE)의 향수 컬렉션 중 ‘아이레 수틸레사’만큼이나 사랑받는 향을 꼽으라면 단연 **’어스(Earth)’**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프로미스나인 백지헌 님이 애정하는 향수로 언급하며 더욱 화제가 되었는데요.
로에베 전 라인을 통틀어 가장 독보적인 네이밍을 가진 ‘어스’는 이름 그대로 대지의 생명력을 담아냈습니다. 하지만 같은 ‘Earth’라는 이름을 공유하면서도, EDP와 엘릭시르는 한 끗 차이로 전혀 다른 대지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오늘은 맑은 보랏빛 꽃 정원을 닮은 어스 EDP, 그리고 대지의 깊은 숨결을 응축해 폭발시킨 어스 엘릭시르를 비교해 보려 합니다. 이 한 끗의 차이가 과연 어떤 다른 인상을 만들어내는지 함께 들여다볼까요?
1. 맑은 보랏빛 꽃정원, 찰나의 순수함을 닮은 ‘어스 EDP’

어스 EDP는 보랏빛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정원에 들어와 있는 듯한 싱그러운 느낌으로 시작합니다.
- 자연의 생동감: 첫 향에서 느껴지는 워터리한 감각은 수분감이 많은 채소나 야채의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어스’라는 네이밍에 걸맞은 프레시한 생명력이 느껴지죠.
- 젠더리스한 반전: 처음에는 여리여리한 꽃비누 향처럼 다가오지만, 잔향으로 넘어갈수록 트러플과 엘레미가 어우러지며 중성적인 분위기로 바뀝니다. 표면에서 시작해 대지 아래로 서서히 내려가는 향의 궤적을 그립니다.
- 아쉬운 지속력: 향 트레일의 아름다움에 비해 지속력이 다소 짧은 편입니다. 꽃향기에서 흙내음으로 이어지는 서사가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점이 못내 아쉽게 느껴집니다.
2. 대지의 심연을 뚫고 피어난 탐미주의자의 정수, ‘어스 엘릭시르’

만약 어스 EDP가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가다 힘을 잃는 느낌이라면, 엘릭시르는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와 마침내 표면에 도착해 꽃을 피워내는 느낌입니다.
- 폭발하는 흙내음: EDP의 탑 노트에서 느껴지던 꽃비누 향 대신, 하트와 베이스의 흙내음을 강하게 폭발시켰습니다. 꽃의 달콤함이 아닌, 비트 같은 채소 뿌리에서 배어 나오는 짙고 농밀한 단맛이 특징입니다.
- 역방향의 미학: 엘릭시르는 우직하고 선명하게 향을 유지합니다. 잔향으로 갈수록 흙 깊은 곳에서 지표면으로 올라오며 다시금 향긋한 꽃내음이 역으로 느껴지는 황홀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진짜 ‘얼씨(Earthy)’함의 진가는 단연 엘릭시르에 있습니다.
- 독보적인 페르소나: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감각을 지닌, 퇴폐적인 탐미주의자의 향과 같습니다. 매니쉬한 룩을 즐기는 여성이나, 창작의 고통 끝에 정수를 길어 올린 예술가 같은 남성에게서 날 법한 짙은 아우라를 풍깁니다.
3. 한 끗의 차이가 만드는 전혀 다른 인상: 당신의 페르소나를 닮은 어스 찾기
어스 EDP와 엘릭시르는 잔향의 느낌은 비슷할지 몰라도, 그 농도와 전개 방식이 주는 뉘앙스는 전혀 다른 인상을 남깁니다.
- 어스 EDP: 깨끗하고 퓨어한 느낌, 일상의 싱그러움을 원하는 분들에게 권합니다.
- 어스 엘릭시르: 퓨어함을 걷어낸 자리에 다크함과 짙은 우디함을 채우고 싶은 분, 자신만의 세계가 확고한 예술가적 무드를 원하는 분들에게 완벽한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한 끗 차로 완성되는 두 개의 대지. 당신의 영혼을 투영할 ‘나의 Earth’는 무엇인가요?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로에베의 또 다른 스테디셀러, 백지헌 픽 ‘수틸레사’가 궁금하다면?”
